본문 바로가기

오늘의_시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2026년 5월 25일)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 남는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 세상에 만약 살아남은 사람이 너 하나라고 해도 너는 기어이 멸종을 선택할 사람. 너는 그게 더 쉬운 방식이라고 말하면서도 젖은 발을 신고 나가야만 하는 사람의 표정이 된다. 최후의 날, 너는 아무도 읽지 못할 보고서를 통해 인류 멸종의 이유에 대해 쓸 것이다. 이를테면, 한쪽 굽만 닳았던 구두굽에 대해서. 세 번째 단추가 떨어진 셔츠를 자주 입었던 일이라거나 고장 난 시계를 고치지 않았던 일에 대해서(하루에 두 번은 맞았다). 볼펜 뚜껑을 잃어버렸던 일, 혹은 지난여름 네가 물을 많이 주어 결국 스투키 화분 뿌리를 썩게 했던 일에 대해서. 새로 들인 유칼립투스의 싹은 틔우지 못하고 버렸던 일에 대해서. 너의 집 창문이 서쪽을 향해 나 있다는 건 너만 모르는 사실이었다. 너는 서서히 말라 죽어 가고 있다. 볕 좋은 곳에 앉아 반건조 오징어를 질겅이면서. 다리가 열 개나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네가 쓴 모든 문장의 모든 주어가 너를 향한다. 주석을 달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혹시 있을지 모를 미래의 세계를 향해서. 너도 멸종되지 않게 조심해.

*짐 자무쉬.

* 한재인, "제 6회 계간 파란 신인상 시 부문 당선작"에서
[계간 파란 40, 2026 봄] (56)
- 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2026. 3. 1



:
내려가지 못하는 주말,
토요일 한낮을 벗들과 노닐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남은 날을 보내다보면

새삼스레 사무치더라,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하지만
오늘은 #근무중이상무!

( 260525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0523 뮤지움(마포구 마포동)에서
 


'오늘의_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항에서  (0) 2026.06.16
우리들은 지방도시 근교에서 살고  (0) 2026.06.03
아린 44.  (0) 2026.05.15
재미있는 얘기 해 줄까요?  (0) 2026.05.11
그 새끼, 말 참 이쁘게 했다  (0) 2026.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