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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아린 44.

(2026년 5월 15일)


         아린 44.
               - 밤을 치다


   거침없이, 속껍질까지 쳐내며 제사 준비를 하지만 밤을 친다는 것은 어머니 없이도 살아온 날의 무심함에 뺨을 때리는 일이고 못난 불효자식의 등짝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그뿐이랴, 두고두고 해가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추억에 몸부림치고 발버둥 치는 것이기도 하며 그마저도 깐 밤을 사 오던 해는 생각조차 못하였던 것을 올해, 쪼그려 앉아 밤을 치며 널브러진 껍질들을 주섬주섬 주워 담으며 문득 울컥해하다가 가슴을 치며 밤을 기다리는 것이리라

   겨우 반시간, 밤을 치며 그제야 서른세 번째 어머니의 제사상을 제대로 마주 바라보며, 양양에서 오지 못하는 막내도 떠올려 보는 것이다. 당신, 떠나실 때 혼자 곁을 지켰던 열두 살 그 아우를, 스무 살 못난 큰아들이 되어

( 190510 들풀처럼 )


5월 15일, 스승의 날

1944년 어머니 생일
1986년 스무살, 2학년, 대학교 개교기념일, 축제,
최루탄 사과탄 가루 마시며 불꽃병 던지며 싸우던 날

그리고
아들의 무심함 속에 어머니 떠나신 날

훌쩍 마흔 해가 흘렀네,

오늘은 하루내내 회의 마치고
일집에서 집으로 밤을 달려 내려가는 날

5월 15일, 2026년.

( 260515 들풀처럼 )


#오늘의_시
#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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