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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미안한 일

(2026년 3월 10일)


미안한 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인으로 살며

언제부턴가 세상은 자꾸 넓어지고

나는 작아져서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지

어느해 겨울밤

아들의 주머니 속 손을 뜨겁게 잡고

마을길을 걸으며

아버지는 가진 게 시밖에 없으니

너는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지

지금 생각하면 아들에게도 미안하고

시에게도 미안한 일이었다

* 이상국,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에서 (44~45)
- 창비시선 528, 2025.12.19


: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인으로 살고자
고 2때부턴가, 세상은 자꾸 넓어지고
나는 작아져서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지

어느해 겨울밤
랑딸의 주머니 속 손을 뜨겁게 잡고
마을길을 걸으며
아버지는 가진 게 시조차도 없으니
너는 타고 난 대로 살라고 했지

지금 생각하면 랑딸에게도 미안하고
시에게도 미안한 일이었다

아직 시인이 되지 못하였으니

( 260310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0308 동탄여울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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