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8일)
세계문학을 버리다
세계문학을 버렸다
수심에 잠긴 셰에라자드도 덮고
햄릿이나 그레고르 잠자 같은 군상들은 노끈으로 묶어
폐지 장수에게 줘 보냈다
세계문학이라는 것도 별거 아니다
한때 그들이 사랑하고 미워하던 세상이 있었고
그들 따라 웃고 울던 무리들이 있었다
수십년 동안 하드커버로 나를 장식해주었던
문학을 내다 버렸다
교산은 어린 길동을 달래 사천 외가로 보내고
불쌍한 아Q도 울며 집을 나간 지 오래
그들은 세상에 버림받았고 혁명도 끝이 났으며
인간도 이전의 인간은 아니다
세계를 버렸다
이사업자들에게는 최악의 상대이며
비용견적만 높이는 세계문학을 버렸다
나는 이미 세계인이 된 지 오래되었고
많은 미래가 과거가 되었으며
일반적으로 아파트에는 세계가 들어갈 데가 없다
폐지 장수 리어카에 실려 가는
조르바나 돈키호테 같은 이들이 나를 향하여
손가락질하며 분개했지만
세계는 변했고 나도 이전의 내가 아니므로
미련 없이 그들을 버렸다
* 이상국,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에서 (102~103)
- 창비시선 528, 2025.12.19
:
그렇게 많이 버리고도
어떤 미련이 남아
또다시 모으고
아직도 책을 붙잡고 있는 걸까?
구석에 숨겨져
잠만 자는 책들에게 미안쿠로...
( 260318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세계문학을 버리다
세계문학을 버렸다
수심에 잠긴 셰에라자드도 덮고
햄릿이나 그레고르 잠자 같은 군상들은 노끈으로 묶어
폐지 장수에게 줘 보냈다
세계문학이라는 것도 별거 아니다
한때 그들이 사랑하고 미워하던 세상이 있었고
그들 따라 웃고 울던 무리들이 있었다
수십년 동안 하드커버로 나를 장식해주었던
문학을 내다 버렸다
교산은 어린 길동을 달래 사천 외가로 보내고
불쌍한 아Q도 울며 집을 나간 지 오래
그들은 세상에 버림받았고 혁명도 끝이 났으며
인간도 이전의 인간은 아니다
세계를 버렸다
이사업자들에게는 최악의 상대이며
비용견적만 높이는 세계문학을 버렸다
나는 이미 세계인이 된 지 오래되었고
많은 미래가 과거가 되었으며
일반적으로 아파트에는 세계가 들어갈 데가 없다
폐지 장수 리어카에 실려 가는
조르바나 돈키호테 같은 이들이 나를 향하여
손가락질하며 분개했지만
세계는 변했고 나도 이전의 내가 아니므로
미련 없이 그들을 버렸다
* 이상국,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에서 (102~103)
- 창비시선 528, 2025.12.19
:
그렇게 많이 버리고도
어떤 미련이 남아
또다시 모으고
아직도 책을 붙잡고 있는 걸까?
구석에 숨겨져
잠만 자는 책들에게 미안쿠로...
( 260318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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