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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11월

(2023년 11월 10일)


            11월


불현듯 사방이 어두워졌다.
마음에 스위치 꺼지듯 딸깍,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주 깜박이는 추억에도 점멸장치가 있어
한동안 꺼놓았다가 필요할 때 켤 수 있으면 좋겠다.

만상이 그렇게 한순간에 늙어간다.
슬픔도 속살 메마르고 까칠해서, 부지불식간이다.

축생, 혹은 먼지 같은 날들,
생이 마냥 누추해지는 한 시절 있다.
추억이란, 어둠 속으로 제 그림자를 밀어 넣는 일.

​ 검은 외투를 걸친 어느 후생의 저녁은
설핏 뒷모습만 보여주고 가뭇없다.

허공에 총총하던, 무당거미들이 사라진 11월.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아라파호’ 인디언들이 11월을 지칭하는 말.

* 엄원태, [먼 우레처럼 다시올 것이다]에서
- 창비시선 363, 2013. 7.22





:
생이 마냥
누추해지는 한 시절 있다.

그래도 아직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묵묵히
밤길을 간다

( 231110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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