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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찜질방

(2023년 11월 9일)


찜질방


물과 불과 흙과 바람이 모여 우주를 창조하다

밤이라는 공간과 낮이라는 공간이 창조되었다
밤이라는 침실에서 잠을 자고
낮이라는 광장에서 먹고 놀고
가끔 자리를 펴고 꿈속으로 가면

모든 시간이 이곳에 있다
빙하 시대가 있고/화산 시대가 있고
은의 시대가 있고/철의 시대가 있고
과거와 오늘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열대와 온대와 냉대가 연결되어
뜨거워졌다가 차가워졌다가 미지근해졌다가
모래시계가 통제하는 밀림과 초원과 사막 속으로
생활이라는 재난을 피해 이재민들이 몰려오면

물과 불과 흙과 바람의 무덤은 문을 열고
병든 가족과 지친 연인을 품에 안는다
집은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무덤에 가자

같이 갈래?

* 차창룡, [고시원은 괜찮아요]에서
- 창비시선 287, 2008. 4.21



:
사람들은
긴 역병에도 버팅기는데

찜질방은
결국 문을 닫았더라

살아남은
아픈 몸 이끌고

이 밤 또 어디
따순 곳을 찾아

하루하루 더 차가워지는
밤거리를 허청거릴까나,

( 231109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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