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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깊이 묻다

(2023년 11월 8일)


            깊이 묻다


사람들 가슴에
텅텅 빈 바다 하나씩 있다

사람들 가슴에
길게 사무치는 노래 하나씩 있다
늙은 돌배나무 뒤틀어진 그림자 있다

사람들 가슴에
겁에 질린 얼굴 있다
충혈된 눈들 있다

사람들 가슴에
막다른 골목 날선 조선낫 하나씩 숨어있다
파란 불꽃 하나씩 있다

사람들 가슴에
후두둑 가을비 뿌리는 대숲 하나씩 있다

* 김사인, [가만히 좋아하는]에서
- 창비시선 262, 2006. 4.26



:
어젯밤, 드디어, 양양에서 일하고 있는, 다섯 달 만에 집으로 온 아우랑 "보헤미안 랩소디"를 스크린X 상영관에서 보았습니다. 저는 두 번째 관람이었답니다. 훌쩍 지나가버린 열광의 시간을 뒤로하고 나와 아우에게 어떻냐고 물었더니,

'어릴 적 형이 퀸 테이프를 들려준 적이 있는데 그때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처음 했었다고', 저는 기억조차 없는 '흐뭇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중학교 때 '딴따라'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어쭙잖게 쭈볏거리던 시간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물론 저는 아시는 분들이 아시다시피 천생 범생이 스타일이라서,,, 발도 디디지 못하였습지요. 지금도 영화의 마지막 공연 장면이 자꾸 생각나서 또 보러 가고 싶습니다. '사람들 가슴에' '하나씩 있다'는 그 '푸른 불꽃'을 영화 속에서 제대로 느끼나 봅니다.

가을비, 오늘 하루 종일 내린다네요. 빗속에서, 오래전 그 '대숲'으로 떠나봅니다.

( 181108 들풀처럼 )


오늘,
입동入冬이랍니다.

날이
많이 찹니다

따순 차
한 잔씩 드세요들 ~

( 231108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요즘 만나는 죽순잎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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