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7일)
미처 나누지 못한 말
그날 저녁, 세상 지친 얼굴에 서로 미뤄두었던 말이 있네. 그 말, 나누지 못하고 우리는 헤어졌네. 내 몹시 사랑하던 사람, 그 밤에 문득 떠나가고 말았네.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으면 밤 하얗게 지새웠을 텐데. 사랑과 칭찬, 고마움 털어 놓았을 텐데. 먼 길 떠나는 줄 알았으면 다 주었을 텐데. 모두 용서했을 텐데, 어깨 움찔대도록 받들었을 텐데. 몹시도 사랑했던 사람을 나는 무심히 떠나 보내고 말았네.
내 몹시 사랑하던 사람과 미처 나누지 못한 말이 있네. 그 어두운 새벽, 자네는 영영 입을 닫아 버리고, 꿈속에서도 만날 수 없게 되었네. 사랑한다는 말, 미루어선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어리석게 나는 입을 닫았네. 고맙다는 말, 미루어선 안 되는 것 알면서도, 아둔하게 나는 침묵했네. 자네도 마침내 입을 닫았네. 내 말을 기다렸던가? 우린 간직했던 마지막 이야기를 결국 나누지 못하고 말았네.
가시돋힌 말은 미루어도 사랑의 말은 미루지 말았어야 했네. 오늘 밤, 누군가 또 영영 오지 못할 길을 떠날 것이네. 가는 길 외롭지 않게, 이승의 생을 즐겁게 추억하도록 사랑의 말, 고마움의 말을 전해주어야 하네. 누군가는 자신도 모르는 새, 지금 머나먼 여행을 준비하고 있을 걸세. 자네가 그랬듯이. 보살피지 못한 그 한 번, 그 순간의 어리석음이 평생의 업이 되었네
* 신좌섭, [네 이름을 지운다]에서 (61~62)
- 실천문학 시인선 019, 1판 인쇄, 2017 7.10.
:
그러하다 그러하다
그러하다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어찌될 지 모르는 게 인생,
( 230807 들풀처럼 )
#오늘의_시
미처 나누지 못한 말
그날 저녁, 세상 지친 얼굴에 서로 미뤄두었던 말이 있네. 그 말, 나누지 못하고 우리는 헤어졌네. 내 몹시 사랑하던 사람, 그 밤에 문득 떠나가고 말았네.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으면 밤 하얗게 지새웠을 텐데. 사랑과 칭찬, 고마움 털어 놓았을 텐데. 먼 길 떠나는 줄 알았으면 다 주었을 텐데. 모두 용서했을 텐데, 어깨 움찔대도록 받들었을 텐데. 몹시도 사랑했던 사람을 나는 무심히 떠나 보내고 말았네.
내 몹시 사랑하던 사람과 미처 나누지 못한 말이 있네. 그 어두운 새벽, 자네는 영영 입을 닫아 버리고, 꿈속에서도 만날 수 없게 되었네. 사랑한다는 말, 미루어선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어리석게 나는 입을 닫았네. 고맙다는 말, 미루어선 안 되는 것 알면서도, 아둔하게 나는 침묵했네. 자네도 마침내 입을 닫았네. 내 말을 기다렸던가? 우린 간직했던 마지막 이야기를 결국 나누지 못하고 말았네.
가시돋힌 말은 미루어도 사랑의 말은 미루지 말았어야 했네. 오늘 밤, 누군가 또 영영 오지 못할 길을 떠날 것이네. 가는 길 외롭지 않게, 이승의 생을 즐겁게 추억하도록 사랑의 말, 고마움의 말을 전해주어야 하네. 누군가는 자신도 모르는 새, 지금 머나먼 여행을 준비하고 있을 걸세. 자네가 그랬듯이. 보살피지 못한 그 한 번, 그 순간의 어리석음이 평생의 업이 되었네
* 신좌섭, [네 이름을 지운다]에서 (61~62)
- 실천문학 시인선 019, 1판 인쇄, 2017 7.10.
:
그러하다 그러하다
그러하다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어찌될 지 모르는 게 인생,
( 230807 들풀처럼 )
#오늘의_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