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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세렝게티 초원의 사내

(2023년 8월 4일)


      세렝게티 초원의 사내


찰칵찰칵 슬라이드 필름이 스크린에 분광되고 있다
술에 취한 남자가 전봇대를 잡고
전력질주를 한 세렝게티 초원의 치타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순간 시속 100킬로를 주파하고 나면
하늘이 노랗게 어지럼증을 느낀다
한 장 한 장 흑백필름이 스크린을 메운다
강소주를 서너 병 마셔도 거뜬했던 시절은
저렇게 흑백이었을까
칠성판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야 할 때는
몸이 가벼워야 한다고
술만 마시면 게워 내는 사내
이제 초원을 달려 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동시 상영관의 영사기처럼 돌다가 그대로
부숴질 수 있다는 것을
수십 번을 보고 나서야 알아차린 사내
전봇대를 붙잡고 여전히 제 무게를 게우고 있다

* 서동균, [계간 파란 9, 2018년 봄-여름]에서 (316)
- 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2018. 7.31



:
강소주를 서너 병 마셔도 거뜬했던 시절은
분명 화려했을 터인데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전봇대를 붙잡지 않고 집으로 옴을 기뻐하다
아빠인가, 응

( 230804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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