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31일)
장미의 그늘
장미정원을 걸었다
내 시는 이 한 줄이 전부여야 하는데 무어라 더 쓸 말을 찾는다
그 한 줄의 시는 장미정원에 핀 한 송이 장미가 만들어낸 그늘 때문이었으므로
지난겨울 만난 그늘 한평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
카브리해 어느 섬나라에 피아노 치는 한 노인*이 살았다
팔순 노인은 이십여 년 동안 피아노를 치워뒀다는데
누군가 다시 음악을 해보자 했을 때
그냥 관절이 아프다며 그럴 수 없다 했다
그 노인이 둥당거렸던 건 감히 생각건대 인문주의의 흑이거나 백
오년 안에 그를 찾아가리라, 가서 그의 어두운 손을 내 심장에 얹고 울리라 맘을 먹었다
오년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슬픔이 고이기엔
그러나 육년 만에 그를 찾아나선 길
비행기로 버스로 이틀 걸려 유까딴 동쪽 끝으로 달려가
다시 비행기를 타고 그가 산다는 섬나라에 도착해 바싹 마른 소리로 그를 만난러 왔다고 했을 때
누군가 그가 큰 집에 살고 있다며 지도에서 짚어준 곳은 묘지
그의 손을 심장에 찔러놓고 한달쯤 울고 싶어했던 한 사람은 커다란 그늘 한평인 그의 집에 도착해 기웃거렸는데
기둥도 처마도 꽃밭도 없는 집은
기둥도 처마도 꽃밭도 있었다
마침내 도착하여 마주하였다
한세상을 퍼두어도 되겠다 싶은 피아노를 치운 자리, 그늘 한평
그것이 전부인 이야기
장미정원을 걸은 것뿐인데
자꾸 떠밀 것이 있는 이유처럼 그 그늘 오래 나를 따라다닌다
나 오늘 장미의 그늘을 밟았다는 건 내 훗날을 선뜻선뜻 봐버렸다는 이야기는 아닌가
모든 훗날들 그늘로 와서 날 가만히 만지고 가려는 건 아닌가
* 루벤 곤살레스는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등장하는 백발의 피아니스트로 1919년 꾸바의 싼따 끌라라에서 태어났다. 그는 의대를 다니던 중 음악에 심취하여 유명 악단들에서 활동했으며 2003년 12월 84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 이병률, [바람의 사생활]에서
- 창비시선 270, 2006.11.20
:
시를 만나고는 바로, 놓쳐버린 두 번의 공연을 떠올렸다
이제는 라이브로는 영영 만날 수 없는 그의 공연을 왜 나는 보러가지 않았던지, 문득문득 스스로에게 묻곤한다.
살아보니 인생은 계획대로 안된다는 걸 익히 알면서도 다음에는 꼭 가리라 생각하며 놓쳐버린, 그를 떠올렸다
키스 자렛
내가 재즈를 사랑하게 된 까닭.
( 230731 들풀처럼 )
#오늘의_시
장미의 그늘
장미정원을 걸었다
내 시는 이 한 줄이 전부여야 하는데 무어라 더 쓸 말을 찾는다
그 한 줄의 시는 장미정원에 핀 한 송이 장미가 만들어낸 그늘 때문이었으므로
지난겨울 만난 그늘 한평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
카브리해 어느 섬나라에 피아노 치는 한 노인*이 살았다
팔순 노인은 이십여 년 동안 피아노를 치워뒀다는데
누군가 다시 음악을 해보자 했을 때
그냥 관절이 아프다며 그럴 수 없다 했다
그 노인이 둥당거렸던 건 감히 생각건대 인문주의의 흑이거나 백
오년 안에 그를 찾아가리라, 가서 그의 어두운 손을 내 심장에 얹고 울리라 맘을 먹었다
오년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슬픔이 고이기엔
그러나 육년 만에 그를 찾아나선 길
비행기로 버스로 이틀 걸려 유까딴 동쪽 끝으로 달려가
다시 비행기를 타고 그가 산다는 섬나라에 도착해 바싹 마른 소리로 그를 만난러 왔다고 했을 때
누군가 그가 큰 집에 살고 있다며 지도에서 짚어준 곳은 묘지
그의 손을 심장에 찔러놓고 한달쯤 울고 싶어했던 한 사람은 커다란 그늘 한평인 그의 집에 도착해 기웃거렸는데
기둥도 처마도 꽃밭도 없는 집은
기둥도 처마도 꽃밭도 있었다
마침내 도착하여 마주하였다
한세상을 퍼두어도 되겠다 싶은 피아노를 치운 자리, 그늘 한평
그것이 전부인 이야기
장미정원을 걸은 것뿐인데
자꾸 떠밀 것이 있는 이유처럼 그 그늘 오래 나를 따라다닌다
나 오늘 장미의 그늘을 밟았다는 건 내 훗날을 선뜻선뜻 봐버렸다는 이야기는 아닌가
모든 훗날들 그늘로 와서 날 가만히 만지고 가려는 건 아닌가
* 루벤 곤살레스는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등장하는 백발의 피아니스트로 1919년 꾸바의 싼따 끌라라에서 태어났다. 그는 의대를 다니던 중 음악에 심취하여 유명 악단들에서 활동했으며 2003년 12월 84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 이병률, [바람의 사생활]에서
- 창비시선 270, 2006.11.20
:
시를 만나고는 바로, 놓쳐버린 두 번의 공연을 떠올렸다
이제는 라이브로는 영영 만날 수 없는 그의 공연을 왜 나는 보러가지 않았던지, 문득문득 스스로에게 묻곤한다.
살아보니 인생은 계획대로 안된다는 걸 익히 알면서도 다음에는 꼭 가리라 생각하며 놓쳐버린, 그를 떠올렸다
키스 자렛
내가 재즈를 사랑하게 된 까닭.
( 230731 들풀처럼 )
#오늘의_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