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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파도는 넓고 파도는 높다

(2023년 7월 28일)


파도는 넓고 파도는 높다


파도를 생각하는 사랑도 움직이는 것이나
파도만을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사랑은 자유롭다

​파도에 순종하는 사랑도 고분고분할 것이나
파도에 순종하지 않으므로 사랑은 고개를 든다

​파도에 올라타는 사랑도 용감한 것이나
파도에 올라타지 못할 때 사랑은 비로소 약자의 편에 선다

​파도에서 일어나는 사랑도 멀리 내다보는 것이나
파도에 누운 사랑이 가까이 와 있는 것을 응시한다

​파도를 이기는 사랑도 똑똑한 것이나
파도에 지고 해변에 눕는 사랑의 얼굴은 지혜롭다

​파도는 파도를 아는 자의 것이 아니라 파도를 모르는 자의 것

​당신이 파도라면
당신의 사랑은 아직 당신을 모르는 자의 것이다

​두 사람이 파도라면
두 사람의 사랑은 아직 두 사람을 모르는 두 사람의 것

​하나가 되지 않고
둘인 채로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에 사랑의 맨손이 있다

​때때로 두 사람은 한 사람을 놓쳤음을 후회하지만
놓침으로 해서 사랑은 다시 새로운 결말이 된다

잔잔한 파도가 가장 무섭고 거친 파도가 가장 안전한 것

​붙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놓는 것을 또한 용감히 여겨라

​파도 앞에서 누구보다 미래를 보고
파도 뒤에서 누구보다 현재를 보는

당신,
사랑은 좁고 사랑은 낮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발을 맞대고 궁리해 보는 것이다

자연과 사람 앞에서 성실히
부디

파도는 왜 넓은가
파도는 왜 높은가

* 김현, [호시절]에서
- 창비시선447, 2020. 8.10



:
잔잔한 파도가 가장 무섭고
거친 파도가 가장 안전한 것

헛똑디들아,
잊지마라

자연과 사람 앞에서 성실히
부디

제발,
쫌!!!

( 230728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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