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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오르간파이프선인장

(2023년 5월 23일)


      오르간파이프선인장


사막에 산다는 거,
그건 울지 않는다는 거,
대성당에도 늪에도 살지 못한다는 거,
울지 못해 타오르고, 울기 전에 타버리는 거,
그게 사막선인장,
오르간파이프선인장,

나를 울릴 부드러운 손가락도, 악보도, 오아시스도,
왜,
이 세상 모든 노래가 사라졌지,
왜 내게,
그런 거,
사막에 산다는 거,

하지만 그런 거,
마지막까지 묻지 않는 거,
노래가 아니라 침묵이 사라져도 진심으로 대답 않는 거,

그게 사막의 가을,
그게 나뭇잎 대신 납빛 가시를 만드는
사막선인장,
오르간파이프선인장,
도끼로나 찍을,
모래 폭풍이나 흔들 수 있는,
그런 거,
사막에 산다는 거,

그건 사는 것도 아냐,
만약 당신이 비난한다면,
그건 당신보다 사막에 대해,
사막보다 사막에 대해,
내가 하나 더 알고 있는 거,

난 늪 속에 울려퍼지는 오르간파이프선인장의 소릴 들
었다네,
안개 덮인 사평로에서였지,
라고,
노래도 아닌 걸 써버리는 거,
쓴 걸 지우는 거,
그런 게 마지막까지
사막에 서 있다는 거,
사막에서 죽지 않는다는 거,
울지 않았다는 거,
사막선인장,
오르간파이프선인장,

* 김경후,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에서
- 창비시선 412, 2017. 8. 7



:
떠나신지
14주기,

이젠
울지 않는다는 거,

( 230523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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