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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꽃씨

(2023년 5월 17일)


                            꽃씨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모든 꽃은 자신이 정말로 죽는 줄로 안답니다
꽃씨는 꽃에서 땅으로 떨어져
자신이 다른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몰랐답니다

사실 꽃들은 그것을 모르고 죽는답니다
그래서 앎대로 꽃은 사라지고 꽃씨는
또다시 죽는답니다

모진 추위에 꽃씨는 얼어붙는답니다
얼어붙는 꽃씨들은 또 한번 자신들이 죽는 줄로 안답니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약속과 숙지가 없었습니다
오직 죽음만 있는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꽃씨들은
꽃을 피웠지만 다시 살아난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꽃은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작년의 꽃을 모릅니다

그 마지막 얼었던 꽃씨들만 소란한 꽃을 피운답니다
돌아온다는데 꽃이 소란하지 않고 어쩌겠습니까

* 고형렬,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에서
- 창비시선 444, 2020. 5.20




: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첫소절만 들어도
그렁그렁

배고픈
봄날은 간다

( 230517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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