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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얼음은 깨지면서 녹는다

(2023년 2월 9일)


      얼음은 깨지면서 녹는다


세상의 모든 돌은 언젠가 비석이었거나 비석이 될 것이다

돌을 녹이는 불이 있다지만

시간이 데려간 글자들이 바람에 새겨져 있을 것이므로, 내 숨으로 드나드는 그들의 일생 또한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차고 누런 달이 떠서 어두운 창문을 모두 끌고 가는 것처럼 혼자인 밤을 끌고 저 빛의 어둠속으로 가는 것처럼,

사라진 시간의 그림자.
죽음,
슬픔,
분노.

어둠속에서는 항상 인간이 깨지고 있다. 이번 생의 시절을 모른 채 서둘러 내게 온 청춘처럼.
​ 그 방 유리창에는 돌멩이가 날아온 흔적이 있다.
거절된 고독이 있다.

겨울은 배를 뒤집은 채 하얗게 떠오른다.

그러나 이제 시간의 배를 따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모든 물고기는 결국 익사하고

고독은 해부되지 않는다.
다만

깨진 유리창을 닦다가 손을 베였을 때,
뒤편으로 멀어지다 그대로 밤이 되는 눈동자 속 지진으로 뻗어가는 핏줄처럼

지금은 누군가 뭉쳐 던진 달 하나의 밤.

내가 한걸음 나설 때, 인류가 움직인다.

내가 한걸음 나설 때
안개라는 부스러기,
희고 거대한 바위가 시간의 협곡 속으로 천천히 굴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세상 어딘가에 바다라고 불리는 익사자들의 거대한 무덤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몸은 천천히 쏟아진다.


* 신용목,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에서
- 창비시선 411, 2017. 7.27



:
무엇이든
그 누구든

쏟아지더라도
천천히,

아주 더,
천천히

비석이 되
이 되어 날아가더라도,

( 230209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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