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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정중하게 외롭게

(2026년 1월 4일)


정중하게 외롭게


외로움은 혼자 하기도 하고
둘이 각자의 외로움으로 슬퍼하기도 한다

설득하려 할수록 비참해진다

바닥까지 내려가보면
자신의 바닥을 알게 되면

발돋움해 나올 수 있을 줄 알았다

바닥을 알고, 내 한계를 알고
그곳을 박차고 나왔더니 다른 바닥이 있다

산다는 게 슬픔을 갱신하는 일 같을 때

하필 꽃잎도 다 떨어진 봄날
떨어진 건 다시 되돌아가 붙지 않았다

깨진 엄지손톱이 자라지 않았고
연약한 건 딱딱한 것에 숨어 있었다

마음이 없는 것처럼 살면 뺏기지 않을 줄 알았어

간을 두고 왔단 토끼의 변명처럼
두 눈이 빨갛게 눈물을 흘리면

감싸진 것을, 그것만 낚아채 가져갔다

그물은 물을 버려두고 물고기를 끌어올리지

내 마음도 통과되는 줄 알았는데
여과하고 남아버린 게 있구나

계속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놓지 않으려다
내 사랑은 죄다 아가미가 찢겨 있구나

* 유수연,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에서 (014~015)
- 문학동네 시인선 224, 2024.11.18



:
떠나는 것은 떠나는 대로
남는 것은 남는 대로 이유가 있지
사연이 있지

물결 너머 자갈치에 불빛이 지면
별빛 따라 피어나는
늙은 노래여

지친 파도는 자정 지난 바다로 잠기어 들고
늦은 갈매기 하나 소리도 없이
울며 돌아가는데
한때 고래 따라 떠나간
남자의 창가엔
흰 달빛만이 춤을 추누나

아린 가슴으로 아린 가슴으로
항구는 잠들지 못하네

* "1950, 대평동", 최백호 노래


그제, 밤길 4시간 달려 내려오며
이 노래에 꽂혀

산다는 게 슬픔을 갱신하는 일 같을 때
딱 어울리는 이 노래에 꽂혀

두어 시간을 한 곡만
고래고래 따라부르며 왔다

오늘 다시 4시간 밤길,
정중하게 외롭게 올라가며, 나는 또 부르리

늦은 갈매기 하나 소리도 없이
울며 돌아가는데 ~ 에~에~ 에 ~~~~~

1월은
시작되었고,

( 260104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0101 동탄 낮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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