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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희망사항

(2025년 10월 29일)


희망사항


하루에 한 번은 전화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냥이라고 먼저 말해주는 사람
눈 온다고 화단 사진을 보내는 사람
목도리 했느냐고 걱정하는 사람
지난번에 입은 니트 멋지다고
자기 만날 때만 입으라고 웃는 사람이 좋겠다

어디라도 고요하면 그만이라는 사람이 좋겠다
메뉴판 들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사람
내 외투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웃는 사람
속도 맞춰 나란히 걷자고 팔을 당기는 사람
나를 올려다 볼 때는 이마가 환해지는 사람
설탕물 같은 잠언에 현혹되지 않는 사람
매달 두어 곳에 후원금을 보내는 사람
영화 보며 울다가도 눈 마주치면
웃음으로 팝콘을 집는 사람과 일요일을 보내고 싶다

도중에 유령들이 다 마셔버릴 테니까*
글로 쓴 키스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겠지
노을보다 그윽한 사람
아침만큼 새뜻한 사람
소나기처럼 시원한 사람을 갈망한다
가만히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아쉽다
이토록 이기적인 사랑을
이만큼의 달달함까지 상상한다

*밀레나에게 쓴 카프카의 편지.


* 전영관, [에덴 입장권]에서 (54~55)
- 청색종이, 청색지시선 16, 2025. 8.20



:
처음 만날 때
서로에게 바란 건

같이 살고 싶다는
그 마음뿐,

서른 해 지난 지금도
희망사항

서로 함께 남은 날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

결혼 삼십 주년을
자축합니다.

마님!!!

( 251029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191028 청사포에서, 함께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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