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레]에서
- 실천문학사, 2005. 7.30
:
먹고사니즘에 빠져
신경림 시인이 지난 주 떠나신 것도
오늘에야 알았네요.
편히 쉬시기를....
어릴 적 가난함을 핑계로
비겁한 사랑을 일삼았던 날이
떠오를 때면 늘 따라오는 시,
그리고 노래입니다.
바쁘디바쁜 새로운 일과
왕복 10시간의 운전으로
이어지는 주말 사이에서
흔들리며 버팅기며 지내고 있습니다.
술도
주 1회는 마셔가며 ~.
( 240528 들풀처럼 )
#오늘의_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