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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불타버린 편지

(2024년 5월 2일)


      불타버린 편지


   어떤 사랑도 기록할 수 없다면 사랑을 쓸 수 없다면 저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각자 태워버린 편지는 되돌아올 수 없어도 우리 사이에 얼마만큼의 거리가 있는지 얼마만큼의 하늘이 있어서 전화해도 받을 수 없는지 쓰고 싶어요 편지지를 고르면서 제가 저녁 하늘의 그라비어를 보고 있을 때 당신이 있는 곳은 몇시인가요? 우리가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했는지 결혼하지 않고 사는지 그런 것은 쓸 수 없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랑 없이 사는 것이 대체 가능한 일인지 말하기 어렵지만 사랑이 지나갈 때 벚꽃처럼 보이는 재, 불타버린 편지가 어디까지 그뒤를 밟다가 부서져 흙이 되는지 흙이 되어 꽃이 되는지 쓰고 싶어요 사랑을 쓸 수 없다면 저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에요

* 장이지, [편지의 시대]에서
- 창비시선 495, 2023.12.22



:
아뿔싸
그리 바리바리
짐을 싸 떠나오면서도

책장 한 구석에 놓아둔
옛편지 모음 상자는 그대로 두고 왔구나

이번에
내려가면 들고 와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 올려다 본 봄하늘

아서라
말어라고,

( 240502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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