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5일)
진눈깨비 속을 가다
불빛 환한 방안에는 커피 향내 짙겠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요정처럼 춤추겠지
진눈깨비 치는 어두운 밤길을
다리 절면서 사람들은 가고
젊은 부부 연속극 앞에 넋잃고 앉아 있을 거야
달콤한 대사에 눈시울들이 붉었을 거야
옷속으로 파고드는 매운 칼바람
여미는 손은 나무껍질처럼 갈라졌다
내일 모레가 설 선물 꾸러미도 챙겨야지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 끝도 한도 없어
진창과 허방 끝없이 이어져
빠지고 고꾸라지면서 사람들은 절망하고
밤 이슥하면 사내들은 허풍을 칠 거야
짐짓 속아주면서 아내들은 즐거울 거야
천둥과 번개가 귀와 눈을 찢는
밤길은 갈수록 험하고 어두워
차도 바꾸고 집도 늘려야지
내년에는 괌으로 바캉스를 가야지
새벽은 언제 오느냐 좌절 속에
지쳐서 주저앉는 사람들 쓰러지는 사람들
불 꺼진 방안에는 숨소리들이 거칠겠지
사랑은 속될수록 즐거운 거니까
온몸에 감긴 시퍼런 멍
놀래대듯 그 위에 진눈깨비는 퍼붓고
평화롭겠지 이윽고 저 고른 숨소리들
모를 거야 밤길도 진눈깨비도 모를 거야
* 신경림,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에서
- 창비시선 172, 1998. 3.15
진눈깨비 속을 가다
불빛 환한 방안에는 커피 향내 짙겠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요정처럼 춤추겠지
진눈깨비 치는 어두운 밤길을
다리 절면서 사람들은 가고
젊은 부부 연속극 앞에 넋잃고 앉아 있을 거야
달콤한 대사에 눈시울들이 붉었을 거야
옷속으로 파고드는 매운 칼바람
여미는 손은 나무껍질처럼 갈라졌다
내일 모레가 설 선물 꾸러미도 챙겨야지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 끝도 한도 없어
진창과 허방 끝없이 이어져
빠지고 고꾸라지면서 사람들은 절망하고
밤 이슥하면 사내들은 허풍을 칠 거야
짐짓 속아주면서 아내들은 즐거울 거야
천둥과 번개가 귀와 눈을 찢는
밤길은 갈수록 험하고 어두워
차도 바꾸고 집도 늘려야지
내년에는 괌으로 바캉스를 가야지
새벽은 언제 오느냐 좌절 속에
지쳐서 주저앉는 사람들 쓰러지는 사람들
불 꺼진 방안에는 숨소리들이 거칠겠지
사랑은 속될수록 즐거운 거니까
온몸에 감긴 시퍼런 멍
놀래대듯 그 위에 진눈깨비는 퍼붓고
평화롭겠지 이윽고 저 고른 숨소리들
모를 거야 밤길도 진눈깨비도 모를 거야
* 신경림,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에서
- 창비시선 172, 1998. 3.15
:
(하늘) 난 왜 이렇게 바보같이 살았을까
(정우) 열심히 산 거지
(하늘) 등신같이 산 거지
(정우) 최선을 다해 산 거지
(하늘) 쓸데없이 최선만 다하다 쓰러졌지
(정우) 그럼 어차피 이렇게 쓰러진 김에...
(하늘) 힘내라고?
(저우) 아니, 힘내지 말고 쓰러져 있으라고
우리,
쓰러진 김에 좀 쉬자
* jtbc 드라마, [닥터 슬럼프]에서
연속극 앞에 넋잃고 앉아
눈시울들을 붉히며,
쓰러진 김에
쉬어가는 중입니다.
( 240205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0204 모처럼만에 텃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