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_시

짙은,

(2024년. 2월 29일)


짙은
        - 겨울 이야기 1


아마,
오늘 같은 흐릿흐릿한 날씨였을 거야

고작, 한 달에 한두 번
겨우, 주말에 당일치기로 
아흔 넘으신 어르신 두 분 모시고
근처 두어 시간 이내 
물가로 나들이 다녀오는 중이었지

걸음도 맘대로 잘 걷지 못하시는 두 분에게는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마저도 상쾌하였던가 봐

막내딸이자 마님이신 그대는
모처럼 밝으신 어머님의 콧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고 

늘 그렇듯이
쏟아지는 졸음과 싸우며 
나는 나의 노래들을 듣고 있었지

그때,
짙은, 이 노래가 흘러나오던 순간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그대와 나
모두 한 곳에서 누리는 이 시간이
왠지 뭉클하게 다가왔던 거야

그 순간을
풍경으로든 노래로든 옮겨두고 싶었지만

나는
찡한 코끝을 만지며 단지
노래를 부를 뿐이었지

분명 언젠가 다시
스칠 날이 있겠지만,

앞으로도
잘 지내자, 우리

( 240229 들풀처럼)


#오늘의_시


'오늘의_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축구 선수의 은퇴글 이야기  (1) 2024.03.08
힙한 사내  (0) 2024.03.04
계속해서 겨울 이야기  (2) 2024.02.28
진눈깨비 속을 가다  (2) 2024.02.05
그래도  (0) 202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