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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구지가

(2024년 1월 22일)


   구지가 龜旨歌


   이 밤, 토끼는 잠들었겠지

   ​나는 거북스럽게 목을 움츠리고 야근을 한다

   ​토끼와 나의 거리는 사계,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삶은 정당치 않았다 정정당당한 밤은 없어 입에서 입으로 노랫가락을 넘겨주는 것

   결승점은 보이지 않고
   ​토끼가 당근을 쥐고서 잠을 자는 길목이다

   ​목이 잘리는 꿈을 꾼다 명퇴를 당한 친구는 평생 목 없이 살아가야 한다고 했지 목 좋은 선술집, 닭의 모가지를 비틀고 나면 거북목증후군의 통증을 잊곤 하였지

​   머리와 몸통을 잇는 노래에서 구운 냄새가 나는 밤, 토끼는 늦잠을 잘 것이고 나는 잘도 도는 미싱 앞에서 한생을 바쳐야겠지만 ​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목주름을 잡으며

   거북이 달린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의 노래 제목

* 박은영, [우리의 피는 얇아서]에서 (78~79)​
- 시인의일요일시집 004, 2023. 4. 5



:
연말연시
조금 아프고
많이 바빴었다고 하련다

더 많이
지쳤었다고 해두련다

아직
몸도 마음도
욱신거리는 밤,

그래도
기어코 일어나서

거북이 달린다

( 240122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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