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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그리워하다

(2023년 12월 11일)


그리워하다


(오은) 날씨가 추우면 뭐든 더 그리워지지 않아?

(허수경)
“응. 눈 내리는 것을 볼 때마다 아득해지잖아. 나는 늘 눈송이들이 어떤 마음을 나르고 있다고 생각했어. 차가운 것이 애가 타니 어쩔 수 없어지는 거지. 그때의 눈은 흡사 그리움의 결정(結晶)처럼 보이지. 극지방이 아닌 이상, 눈은 보통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스르르 녹아버리잖아. 그리움도 다르지 않지. 서서히 옅어지지. 하지만 남아 있지. 그리고 반드시 다시 찾아오지.”

( ~ )

(오은) 밥을 지어 먹었는데도, 배가 부른데도, 그때도 그리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허수경)
“‘…싶다’라는 말을 조용히 입안에 넣고 굴려봐. 그러다 보면 정다운 얼굴이 천천히 눈앞에 나타날 거야. 말은 신비한 구석이 있어서 정말로 그렇게 된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입안에서 ‘싶다’를 굴려봤겠니. 그러고도 그리우면 우주의 시간을 떠올려봐.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우리가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서로 그리워했던 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을 거야. 물론 아주 꽉 찬 찰나지. 그러니 나중에 우리가 만나면 얼마나 반갑겠니. 얼마나 벅차겠니.”

* 오은 · 요조의 요즘은, "고 허수경 시인" 에서
- 한겨레신문 181208



:
마침 겨울비 촉촉이 내립니다. 가을에 떠난 시인의 목소리를 후배 시인 오은의 추억을 통한 이야기로 만납니다. 잊지 못할 시인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납니다.

'그리움', '~싶다',라는 말을 '조용히 입안에 넣고 굴려' 봅니다. '찰나'에서 '우주'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그려봅니다. 그리움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이래저래 마음 상한 일들이 쏟아지지만 시인의 이야기 속에서 오늘은 차분하고 따듯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렵니다.

'바람이 스친, 아린 자리를 쓰다듬으며'

( 181211 들풀처럼 )



마침 겨울비 촉촉이 내립니다

다섯 해 전 글 속의 날씨와 제 마음이
오늘도 다르지 않아 놀라울 따름입니다

( 231211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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