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5일,
동학 농민군이 넘지 못한 고개를 넘는다.
이날이 19세기 마지막 날.
1894년 12월5일.
19세기 말은 시간의 머리를 베어넘기면서 빠르게 닥쳐왔다.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농민군 1만 명이 개틀링 기관총에 쓰러지던 그날,
일본군은 발뒤꿈치에 화승총 유탄 한 발을 맞았을 뿐이다.
침략자는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인류 전쟁사에서 기계무기로 거대한 학살이 일어난 그 아침,
아시아 대륙에서 처음 집단학살이 자행되던 그 낮,
진눈개비가 이른 들녘을 덮고
정오에는 비가 내리고
그날 저녁 다시 눈이 쌓이는 충청도 벌판.
추격대는 삼남 끝까지 쫓아와서 총을 놓아
아비 옆에 아비가 눕고
죽은 아비 위에 죽은 아비를 포개던
1894년 12월5일.
눈에 피가 엉겨붙던
저 우금치에 피투성이 선 채로 20세기가 시작되었다.
그날 넘지 못한 고개를 오늘 또 넘지 못하면
아무리 넘어도 넘지 못한다.
* 서해성
:
'침략자는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새벽 댓바람부터
'나는 노여워 우노라'는 노랫말이 있는
"이 산하에"를 들으며,
우금치 고개에서 함께, 치 떨렸습니다.
날은 때 맞춤한 듯 시리도록 추워지고
우리는 100년 전쟁을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오늘도 이 고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80년대에 목이 터져라 부르던 노래,
오늘은
조용한 곳에서 혼자서라도
고래고래 불러보겠습니다.
( 171205 들풀처럼 )
이제는
조용한 곳이라도
혼자서라도
함부로 노래 부르면
안될 갓 같은 세상에 다다랐습니다.
그래도
노래는 불러야 하는데,
( 231205 들풀처럼 )
#오늘의_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