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_시

만두

(2023년 11월 24일)


만두


우리의 피는 얇아서
가죽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웠다
비칠까 봐 커튼을 치고 살아도 속내를 들켰다
틈은 많은데
쉴 틈이 없다는 것은 조물주의 장난

우리는 섞이지 않는 체질이지만
좁아터진 방에서 꾹꾹 누르며 지냈다
프라이팬과 냄비 손잡이에 덴 날은
입술을 깨물었다
부대끼고 어우러지고 응어리지고
그러다가 터지면 알알이 쏟아지던 찌끼 같은 시비들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은
아직 찢어지지 않은 것
찢어질 듯 불안을 안고 사는 일이었다

처녀가 아이를 배도 이상하지 않은
무덤 같은 방,
깊이 쑤셔 넣은 꿈속에서
개털과 나무젓가락과 실반지가 나왔다
온도를 잃은 이물질들

방으로 들어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짙게 밴 냄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의 피는 얇아서
가죽, 아니
가족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웠다

* 박은영, [우리의 피는 얇아서]에서 (16~17)​
- 시인의일요일시집 004, 2023. 4. 5



:
고 3,
단칸방
다섯 가족

많이
불편했지만
적게
부끄러워했던가?

시를 읊조리다
떠오르는 지난날,

일찌감치 양력으로
생일을 보내던 우리집,

아버지,
오늘은
당신 생일입니다.

( 231124 들풀처럼 )


#오늘의_시


'오늘의_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5일 우금치고개  (4) 2023.12.05
먼 길  (4) 2023.11.27
억새  (0) 2023.11.23
몽골에 갈 거란 계획  (2) 2023.11.22
겨울산  (2) 202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