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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입대

(2023년 10월 30일)


입대


목련이 뚝뚝 떨어지던 날
이십 년을 사글세 한 푼도 안 내고
같이 산 친구가 방을 뺏다

빈 방이 싫은 아내가 떠나고
더 비워진 빈방이 싫어 나도 떠나고
남은 빈 방들도 빈 방이 무서워 또 떠나고
그 친구가 그리 빈둥거리고 싶어하는 집을 다 떠나가고 있다
집에는 빈 방이 꽉 찼다
이럴까봐 친구로 키웠는데
무척추 동물이 흐느적거린 침대 쪽 벽지의 누런 흔적도
책상 밑에 쇼핑백 눌러 쓴 랩퍼 마이크도
돌격 명령 기다리는 책꽂이 위의
체스판이 제일 작은 말을 두고
작은 말이 되려고 흰 모자 쓰고 떠난 게
20년 친구라서 더 그렇다
어미는 좋겠다
한 번이라도 쉽게 안을 수 있어서

방이 비어 속이 같이 빈다

* 신성열,
- 부산시인협회추천 해운대 동백시화전에서



:
떠나가고
떠나 보내고

비우고
또 채우고

세 번째 후퇴가 끝났어도
아직도 더,

( 231030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1029 텃밭의 당근잎, / 버림받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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