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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안부

(2023년 10월 5일)


안부


어느 날,
오래전 당신에게서 안부를 묻는 메일이 왔습니다
광화문 근처를 지나며 문득 생각이 났다지요
아주 가끔씩 생각나는 나를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며
아주 가끔 잊지 않고 있다며
수줍게 말꼬리를 흐리더니·······
여전히 출근하면 녹차를 마시며 찰떡을 먹고
메일을 읽고 신문을 펼치느냐고
덤덤하게 사소한 안부를 묻는 당신

나는 늘 한 발짝 늦게 깨닫고
하여 서툴게 서두릅니다
몇 번을 썼다 지우고 다시 썼다 지워도
나의 말은 맴돌고
나의 문장은 여전히 상투적이어서
‘아주’와 ‘가끔’ 사이의 경계를 혹은
그 깊이를 가늠하지 못합니다
다시 당신은 소식이 없고
나는 다시 한없는 기다림으로 서성이다
전에 그랬듯이 시들거나 비켜가려나 봅니다

밤새 세찬 비바람 불더니
풍경처럼 가을이 왔습니다

* 곽효환, [슬픔의 뼈대]에서 (128~129)
- 문학과지성 시인선 441, 초판 3쇄, 2017. 8.16



:
드디어 처음,
자다가 추워서 깬 새벽이 왔습니다

오랜 묵었던 치통도
이 새벽에 함께 왔습니다

거두어 들이는만큼
비워내야하는 가을이 왔습니다

( 231005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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