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_시

늦여름

(2023년 8월 30일)


         늦여름


마틸다는
슈퍼에 가고 있었다

단발머리를 한 마틸다는
목에 검정색 초커를 하고
슈퍼에 가고 있었다

이곳에
아우디 신형 A4의 주인은
여행을 가고 없었다

마틸다와는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던
건넛집 나탈리는
이사를 가고 없었다

길가에 심긴 어린 가로수에서
전에 없이 큰 소리로
매미가 울고 있었다

마틸다가 슈퍼에 가고 있을 때
마틸다의 여름도
가고 있었다

* 임경섭,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에서
- 창비시선 421, 2018. 6. 8



:
퍼붓는
늦여름 비 소리와

사무실에 들어 온
귀뚜리 울음 소리에

여름인가 가을인가
정신 못 차리는 사이에

나의 여름도
가고 있었다

( 230830 들풀처럼 )


#오늘의_시


'오늘의_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속의 여인  (0) 2023.09.01
나이가 수상하다  (1) 2023.08.31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0) 2023.08.29
가물가물 불빛  (0) 2023.08.28
신당등대  (0) 2023.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