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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주름

(2023년 5월 30일)


                           주름


제 얼굴 제가 만든다는 말 무엇인가 했는데
지울 수 없는 사연 건너뛰지 못한 세월
골골이 주름으로 잡혀 내 얼굴이 되었다
웃음 하나에 주름 하나 서러움 하나에 주름 하나
이렇듯 살가운 사정과 스산한 과거 내게도 있었는가
누군가에게 몸 버리고 떠돌던 흔적과
양미간 깊이 팬 상처

그러나 생각하면,
내 주름은 또다른 누구의 주름이 아니었으리
나 때문에 눈물 흘리던 사람이여
나 때문에 섧게 섧게 속 태우던 사람이여
내 철없는 욕심과 부질없는 사랑이
상처 한줄 그을 줄 차마 어찌 알았으랴

언제부터였을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란
주름과 주름이 섞이는 일이라는 걸 짐작한 뒤부터
내가 먼저 한 줄 주름으로 눕게 될까봐
그대에게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깊은 주름으로
쓸쓸히 접히게 될까봐
점짓 딴전이나 피우다
먼 데로 말꼬리 흘린 적 참 많았다

* 박규리, [이 환장할 봄날에]에서
- 창비시선 232, 2004. 2.15



:
느닷없이 올라온, 뒤늦은
친구의 부고를 듣고

거울을 보다가
양미간 깊이 팬 상처

누군들 없으랴만
먼저 한 줄 주름으로 누워

먼 데로 떠나간 친구야,
부디 평안하시게나

환하게 웃는 모습이
참 좋았던 친구야 ㅠㅠ

( 230530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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