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_시

우리

(2025년 12월 9일)


   우리


   갈기갈기 찢어져 제 살덩이를 공중에 빗방울처럼 흩뿌리는 우리가 이 문명화된 세상에 사는 모든 이에게, 모든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고의는 아니었다 해도 감히 허락도 없이 여러분의 평화로운 보금자리에 불쑥 출몰했으니까요. 눈처럼 새하얀 여러분의 기억에 우리의 절단된 신체 부위들을 새겨 넣었다니 사과드릴게요. 여러분의 눈에 비친 정상적인 인간. 온전한 인간의 상을 훼손하고, 피와 검게 탄 뼈만 남은 나체로 인터넷과 신문의 각종 속보와 지면에 부지불식간에 출현하는 무례를 범했으니까요. 감당 못할 충격이 두려워 우리가 입은 부상을 똑바로 쳐다볼 용기도 없었던 모든 이에게, 텔레비전을 보다가 우리의 적나라한 이미지를 예기치 못하게 마주하고는 입맛을 버린 이들에게 우리는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우리를 본래 모습으로 되돌려놓거나 우리의 잔해를 다시 짜맞출 시도를 일절 하지 않은 탓에 조금도 윤색하지 않은 우리를 텔레비전 화면에서 목격하고 고통받은 모든 이에게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우리를 낱낱이 찢어 발기기 위해 비행기와 탱크 조작 버튼을 누르는 수고를 마지 않은 이스라엘 군인들에게도 사과합니다. 그들이 우리의 연약한 머리를 향해 날린 탄피와 폭탄에 맞아 험한 꼴을 보인 일에 대해서도, 그들이 잠을 청하려 할 때마다 흉측한 신체 부위들로 바뀐 우리 존재가 눈앞에 얼쩡거려 이제 전처럼 다시 인간이 되겠다고 정신과에서 수 시간을 보내게 만든 일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화면과 지면에서 본 것들입니다. 파편처럼 흩어진 우리의 살덩이를 퍼즐 맞추듯 애써 이어 붙여 보면 우리의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나겠죠. 너무도 선명해 결국 아무것도 못 할 테고요.

* 가야트 알마둔, [팔레스타인 시선집]에서 (24), (번역 :양미래)
- 접촉면, 2025. 8.30



:
우연히 알게되어
굳이 찾아서 만난 시집,

몇 편의 시를 읽다가
숨 쉬기가 어려워 멈추기도 하다.

스무살,
광주를 처음 만날 때와는 또 다른
우리 사는 곳의 다른 모습

겨울은 짙어가고
성탄절은 다가오는데

지금 우리는 어디쯤 서 있는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 251209 들풀처럼 )


#오늘의_시
#팔레스타인시선집
#팔레스타인시

'오늘의_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래는 뭐래?  (1) 2025.12.16
백지상태  (0) 2025.12.11
성지순례  (0) 2025.12.05
저녁을 짓다  (0) 2025.12.04
  (3)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