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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경주

(2023년 10월 12일)


   경주


   가을 경주에게는 불국사로 간다는 버스가 있어서 낙서하듯 몸 하나가 덜컹거려도 긴 이야기가 된다 지나쳐온 정류장들도 기와를 얹은 집 모양을 하고 있다 낯선 길에 내려 찡그린 얼굴을 햇살에 새기면 시월은 몇 층짜리인지 헐리지 않도록 바람 속에 쌓은 돌 그 돌 위에 돌을 쌓으며 좁아져가는 생애가 내 발자국을 죄다 모아서 석탑 위에 얹어준다 내 이름은 탑이 가리키는 곳으로 올라갈 만하다고

   하지만 박모의 하늘에
   매일 조금씩 덧칠해온 얼룩 하나가 붉게 떠서
   오늘밤에 나는 불국에 이르지 못하고
   왕릉 곁의 막걸리집에 국물 자국처럼 앉으면
   경주의 밤은 속을 알 수도 없는 탁한 술을 마신다

   깊어가는 어둠을 시큼하게라도 맡을 수 있는 곳
   평생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입 밖으로 뱉지 못할 말뿐이란 걸
   흠집이 많은 술집의 탁자에게 배운다
   그러면 내 어깨에 손을 얹어주는 경주
   뒤를 돌아보면 경주는
   누구에게나 늘 그리운 오늘이다

* 심재휘, [용서를 배울 시간]에서 (48)
- 문학동네 시인선 108, 초판 2018. 8.31



: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곳이 있습니다. 제게는 '경주'가 그러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들락거리고 지금도 가끔 들렀다 오는 가차븐 곳이라 그러하겠지요. 적은 수이지만 왕릉과 릉들이 적지 않은 김해에 스무 해째 살고 있어도 경주는 늘 그러합니다.

몇 해 전 홍상수 감독 영화 같은, 하지만 결이 더 섬세하고 미묘하게 다른 장률 감독의 "경주"라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는 다시 한번 경주와 사람, 사랑의 매력에 빠져 설레던 적도 있었답니다. ( "사람들 흩어진 후에 초승달 뜨고 하늘은 물처럼 맑다"라는 대사!!! )

새벽에 이 시를 읽다가 그런 느낌이 또 들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경주는 / 누구에게나 늘 그리운 오늘'이지요. 계획된 바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가을, 시월, 불금입니다. 마땅히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렵니다.

( 181012 들풀처럼 )


먹고사니즘에 치여
허겁지겁 하루하루 살아가다

문득,동산 위의 달처럼
떠오르는 지난 글들

한때는 저도,
말이란 걸 할 줄 알았다면서...

( 231012 들풀처럼)


#오늘의_시
#보다 - [경주] 고즈넉한 밤, 심장을 울리는 달빛 아래서...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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