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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무심천에서

(2023년 3월 30일)


         無心川(무심천)에서


늙은 龍華寺(용화사) 귀떨어진 종소리
한 켤레 뻐져 있다.
잠 잃은 심봉사의 눈썹이다.
사람들은 다리를 걸쳐놓고 다리 위에서
말없이 밀려가고 밀려오고
다리 아래 무심히 물이
물이 흐른다.
천 지게 내다버린 눈물도
이제 바래서
만 자락 밟힌 시름도
겨우 잠들어
생애 한복판을 숨죽여 지난다.
살고 싶어요, 살고 싶어요
삼킨 낯달 반쪽이
여기에 와서 낮술에 떠돈다.
흰 고무신이 한짝 힘에 밀리어
깊이 빠져 있다.
집 없는 마음이 집을 버리고
진종일 般若經(반야경)으로 머문
臥牛山(와우산) 흰구름을
버드나무 가는 가지에 매달려
바라본다.

* 조재훈, [겨울의 꿈]에서
- 창비시선 42, 1984. 6. 1



:
그저
바라본다

오가는
3월의 봄

( 230330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청주 무심천의 봄, ㄱ ㅅ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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