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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너무 멀다

(2022년 10월 7일)


너무 멀다


비가 내렸다 개고
꽃 피었다 지고
몇번이나 눈이 내렸다 녹고
다시 꽃 피는

그 숲에서
어린 바람이 무릎걸음으로 기어다닐 텐데

돌멩이를 가지고 한참을 놀다가
꽃잎을 만져보다가
개울에 슬쩍 손을 넣었다가
발을 담그기도 할 텐데

숲에 들어서면
바람이 내 바짓단을 붙잡으며 가볍게 흔들 거야

바닥에 앉으면 등에 업히기도 할 거야
무릎 위에서 사뿐히 뛰기도 할 거야

얼마나 컸는지 키를 재보고 싶을 텐데

너에게 꽃과 나무의 이름을 알려주고 싶을 텐데

한번 꼭 안아보고 싶을 텐데

간신히 울음을 참을 수 있을 텐데

날 저물면
바람아,
너는 이미 그 숲의 식솔이어서 거기 두고 와야 할 텐데

어둠 속에 너만 두고 올 수 없어서
내 마음도 거기 두고 와야겠지

너무 멀고 먼
오늘도 근처까지만 갔다가 돌아오는
널 두고 온
거기

* 유병록,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에서
- 창비시선 450, 초판 1쇄, 2020.10.12



:
너에게
가는 길이

너무
멀다

( 221007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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