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_시

낙엽의 조건

(2022년 11월 8일)


낙엽의 조건


지금, 핑계가 필요한 시간이네요
떨어지기 위해 열두 가지 변명거리를 준비해두어야겠죠
살비듬 몇 개쯤은 단서로 남겨두어야죠
옥상 모서리를 끌어당겼나요
뒷바람이 허공을 다지며 느닷없는 추락은 없다고 하네요
새치기하는 바람이 나를 휘감으며 먼저 떠났구요
그림자는 서둘러 피뢰침 아래로 숨어드네요
은행나무는 준비해둔 변명의 순위를 고치네요
말라가는 거짓말을 목구멍에서 건져내 죽은 가지에 옮겨 심어야죠
은행잎이 등을 돌린 채 마지막 인사를 하자네요
슬쩍 끼워 넣은 맥박이 숨을 몰아쉬네요
가속도가 붙은 핑계가 서로 마주보고 있네요
어제 주문한 바람이 살비듬을 털고 있네요
그림자는 거짓말을 남기는 법,
내려가는 계단은 늘 숨이 차네요
절벽은 떨어질까 봐 무서워하네요
계절은 발톱이 길어지고 있네요
저녁 식탁에는 먹다 만 밥이 투덜거리네요
물러설 줄 모르는 강물처럼 안녕을 말하네요

* 송미선, [다정하지 않은 하루]에서 (28~29)
- 시인동네 시인선 046, 2015.11.25



:
밤의
발톱이 길어지는 시간,

입동 하루 지나자
겨울의 문턱이 열리고 있다

감기 조심,
안녕들 하시기를 ~

( 221108 들풀처럼 )


#오늘의_시


'오늘의_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햄볶  (0) 2022.11.10
지구가 돈다니까  (0) 2022.11.09
토 막 말  (0) 2022.11.07
아름다운 너무나  (0) 2022.11.04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0) 2022.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