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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결혼 · 여름

(2023년 8월 17일)


         "티파사에서의 결혼"에서


자기 자신이 되기, 자신의 진가를 되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21)

이제 나무들은 새들로 가득했다, 대지는 어둠에 빠져들기 전에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첫 별과 함께 세상의 무대 위로 밤이 등장할 것이다. 반짝거리던 한낮의 신들은 일상적인 죽음으로 되돌아가리라. 하지만 또 다른 신들이 찾아올 것이다. 더 짙은 어둠을 위하여. 하지만 그들의 황폐한 얼굴도 대지의 심장에서 탄생하리라 (27)

* 알베르 카뮈, [결혼 · 여름]에서
- 녹색광선, 옮긴이 장소미, 2023. 8. 4



:
거의 백 년 만에 나선 혼자길이었다. 떳떳하게 마님과 따님의 허락을 받고 나선, 2박 3일의 나홀로 술길이었다.

하룻 저녁 달리다 쓰러져가는 녀석들을 하나 둘, 다 보낸 뒤 헛헛한 낯선 밤길을 한참을 걸었다. 택시로 이동 중 어렵게 잡은 숙소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나 해장하러 들어간 카페에서 백 년 만에 책을 다시 펼쳐 들었다. 물론 시집이야 늘 만나고 있지만 그 이상의 긴(?) 글들은 최근에 시력저하를 핑계로 잘 만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두어 시간, 열 쪽도 안 되는 한 꼭지의 이야기를 겨우 다 읽었다. 오랜만에 만난 벗들은 다들 건강하게 잘 사는 듯 보였고 하룻밤씩만 기대어도 두어 달은 아무 데서나 잘 수 있을 거라 호언장담하던 젊은 날은 이미 저물었다.

해 질 무렵 따로 만난 벗들과 잔을 기울이고 거리를 걷고 행진을 보다가 심야 마지막 버스로 내려왔다. 집에서는 그래도 2박이라고 하였지만 나는 분명 하룻밤만 자고 내려온 것이었다. 새벽 3시, 안타깝고 아쉬웠지만 스스로 백기투항 한 것이었다.

아,
자기 자신이 되기, 자신의 진가를 되찾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 ㅠㅠ

( 230817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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