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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느릅나무를 숨 쉬다

(2023년 1월 12일)


        느릅나무를 숨 쉬다


제주바다를 끌어안은 채
겨울 칼바람을 견디며 서 있는 그를 보았다.
이른 봄 채 녹지 않은 눈 속에서도
자홍색 만개한 으름덩굴이 제 어깨를 감싸 안아줄 때까지
제 몸속 코르크가 큰 혹 덩이로 자라나기까지
혹으로만 숨 쉬는 혹느릅나무,
나는 뿌리 드러난 그의 언 발을 슬며시 만져보았다.
​ 단단하기만 했다.
무엇을 위해 그는 제 몸속 감옥을
저처럼 견디고 있는 것일까.
노란 무늬 잎이 새로 돋아날 때쯤
싱싱한 생각들을 밤새 켜놓고
제 몸속에 불꽃 환하게 피울 날 올 거라는 믿음 하나로
그는 혹을 키우며 서 있을 거다.
​ 아니, 날아다니고 있을 거다.
그런 그를 보기 위해 밤이면 꿈속처럼
나는 제주 바닷가 하늘을 날아다녔다.

* 노향림, [푸른 바다]에서
- 창비시선 433, 2019. 6.20



:
생각들을 밤새 켜 놓고
숱한 밤을 보냈는데

하늘은 날아다니지 못하는 걸까?
왜?

아, 내겐 없었구나,
싱싱한 생각들

( 230112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210118 아침,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군산의 금장리에서 바라본 바다, ㅅ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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