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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첫걸음마

(2023년 3월 20일)


     첫걸음마


     그러니까 제가 아무것도 아니었던 진달래 꽃술 흔들다 꽃잎 덜구는 바람이나 잠든 물고기 지나치며 비늘이나 문대다 지느러미 흔드는 물결 같은 거였을 적에요 여기 사람은 아닌가본데 처음 듣는 말로 누가 자꾸 밖에서 부릅디다 나야 노상 방 안에서만 뒹굴다 가끔 성질이 나면 패악이나 부리다 시악을 쓰며 울기밖에 더 했던가요 다들 들에 나갔는지 조용한데 마악 잠에서 깬 내가 뭔지 모를 어룽거림이 천장에 얼비치는 걸 보며 발을 들까부를 적에 또 누가 불러요 그 목소리 참 그윽하고 향기로워서 문을 밀치며 밖으로 나왔을 적엔 아무도 없고 목소리의 주인은 아지랑이 속으로 너울너울 가버린 성싶었지요 마침 빨래 함지 이고 들어오던 누나가 얼레 야가 그새 혼자 걸어다닌다니께 하는 소리에 복사꽃 산벚꽃 펑펑 터지는데 빨래터에 방망이질 소리 드높고 집집 굴뚝마다 연기 오르던 날 아닌개벼요

* 송진권, [원급법 배우는 시간]에서 (16)
- 창비시선 483, 2022.10.24



:
혼자
첫걸음마

댕겨도
좋은

봄이


( 230320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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