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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_시

(2025년 9월 14일)





벽을 오래 보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오지 않을 거라 말하는 대신
벽에 난 금을 눈으로 따라 그어보고

떠나온 곳을 생각하는 대신
한쪽 구석에 머무릅니다

여기서부터 저쪽까지 보면 무늬이지만
반대에서 시작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여름 내내 자주 입으며
걸어두었던 윗옷들은
장에 넣어두지 않고

멀리 오는 가을과
더 멀리 오는 겨울
속옷을 대신해 입을 것입니다

* 박준, [마중도 배웅도 없이]에서 (37)
- 창비시선 516, 2025. 4.11



:
멀리 오는 가을과
더 멀리 오는 겨울을 대비하며

오늘도
걸음을 옮깁니다 - "설령 "(32)

능소화 타령도 없이
여름을 보내며,

( 250914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0914 낮, 여울공원을 어슬렁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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